新世紀 Enlightener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길 원한다 본문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기도로 생일을 시작한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데,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오직 내 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신의 사랑과 동행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삶은 불가능했다.
나는 신의 은혜 입은 삶을 살고 있다.
종교를 믿지 않고 신을 믿는다.
흐린 가을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함이 밤새 사늘했던 방을 녹이고,
입고 있던 웃옷의 앞부분을 열게 한다.
이상하게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직 식지 않은 마음은 오늘도 방황한다.
그 정도면 됐다.
SNS들은 부지런히 지인들의 생일을 알리지만,
해마다 서로의 생일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졌고,
이제는 정말 아끼는 사람들만 남았다.
담백해진 인간관계가 새로운 시작이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기억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없는 듯 있다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기억들 위로 내 사랑을 덮는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아서 내가 노래를 부른다.
누구도 만들어 주지 않아서 내가 미역국을 만든다.
누구도 치워주지 않아서 내가 설거지를 한다.
"나 혼자 산다."
오랜만에 한 전화에 서로가 즐거웠고,
나른한 오후에 걸려온 전화는 따뜻하다.
가족은 언제나 내 편.
미움보다 사랑이 많을 때,
나는 괜히 그 사랑의 가치를 의심한다.
마음을 쏟고 난 후에 비워진 공간 사이로 불던 어떤 바람.
열정이었을까? 무모함이었을까?
좋아서 하는 일들이 끝나면 그 흔적들이 내 안에 짙게 남는다.
그것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살아있는 동안 겪게 될 숙명 같은 것.
일어날 일들은 어쨌든 일어난다.
너무 쉽게 지나간 생일.
364일은 또 이렇게 주어졌다.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길 원한다.
행복하지 않은 삶에 낭만이 있을 수 없다.
나의 모든 말과 행위는 행복에 추동된다.
서른일곱 번째 생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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