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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One Sweet Day

지금은 그렇게만.

EAST-TIGER 2021. 10. 6. 04:14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Barcelona에서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었다. 

자고 있는 동안 메신저에 한국에서 온 축하 문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하나씩 읽으며 회신을 했다. 

독일에서도 축하 문자들이 왔고 역시 회신을 했다. 

유독 올해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메신저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부담스러운 배려가 된 것일까? 

나 역시 그 배려로 기억에 없는 그들의 생일에 축하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수진이가 가장 먼저 축하인사를 했다. 

거기는 자정이 지나 30일이 되었지만 여기는 오후라 아직 29일이다.

지난봄에 퇴사를 한 후에 개인 차로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한다. 

서로 짧게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쌓이면,

감춰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효성이가 가장 먼저 생일 축하인사를 했던 적도 있었다.

서로가 알고 지낸 이후로 거의 매년 서로의 생일에 축하인사를 했다. 

오전에 효성이가 문자로 먼저 말을 걸었고 이후 전화를 걸었다.

생각과 마음을 놓고 떠들 수 있는 대화.   

내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고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옷가게에 들러서 몇 벌을 구입했고 거리를 걸었다.

저녁에는 도넛들 옆에 향초를 두고 축하노래를 불렀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생일이었다.

 

다가올 날들을 알 수 없으니 삶은 늘 불안하다. 

변변치 못함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 근신한다.

사는 것이 귀찮고 지루할 때 느껴지는 현기증. 

아직도 사는 것이 낯설고 살아있는 것이 어색할 때가 있다. 

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볼게. 

지금은 그렇게만. 

 

또다시 일 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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