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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Barcelona에서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었다. 자고 있는 동안 메신저에 한국에서 온 축하 문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하나씩 읽으며 회신을 했다. 독일에서도 축하 문자들이 왔고 역시 회신을 했다. 유독 올해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메신저에 등록된 개인정보가 부담스러운 배려가 된 것일까? 나 역시 그 배려로 기억에 없는 그들의 생일에 축하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수진이가 가장 먼저 축하인사를 했다. 거기는 자정이 지나 30일이 되었지만 여기는 오후라 아직 29일이다. 지난봄에 퇴사를 한 후에 개인 차로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한다. 서로 짧게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쌓이면, 감춰있던 이야기가 드러난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효성이가 가장 먼저 ..
10년이 다 되었다. 한 때 입버릇처럼 "독일에서 10년 동안 공부하고 싶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말을 직접 들은 사람들은 몇 사람 되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어딘가 싸늘해진다. 은사님들 중에 한 분은 "40세까지 공부하고 와."라고 하셨는데, 한번 들은 말들은 한동안 잊은 듯 하나, 어느 순간에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새 여권과 함께 구 여권을 본다. 공백 많은 사증들 사이로 군데군데 찍힌 도장들은 오래된 기억들. 뒤로 물러나 있는 것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의 장애물이자 연료이다. 머무를 수 있지만 아주 그럴 수 없고, 새 여권의 사증들에 도장이 찍힐 때마다 새로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공부하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공부하려 한다. 책상 앞과 밖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흐린 날들이 많았던 8월이었다. 올해 여름은 서늘하고 하늘에 구름이 많다. 여러 면에서 그동안 독일에서 보냈던 여름이 아니다. 처서가 지났으니 한국은 가을일 테지. 독일의 가을은 9월 말부터 시작이지만, 올해 가을은 내게 그 어느 해보다 더 일찍 다가왔다. 침묵하며 고민하기 좋은 시간이다. Köln 중앙역 앞에 있는 대성당 뒤쪽으로 가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가봤고, 평소 Haltern am See에 있는 호수를 보고 싶었는데 처음 보았다. Düsseldorf가 어떤 도시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독일 유학 후 여름방학을 방학처럼 보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여름 한 달은 방학 같았다. 그 방학은 완전히 끝났다. 이제 또 나를 방과 그 주변에 가둔다. 석사 논문 때보다 많은 글을 쓴 것은 확실하다. ..
8월이다. 6월 초에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 며칠 동안 영상 30도가 넘었다. 긴 옷을 벗고 짧고 가벼운 옷을 입었다. 한낮의 뜨거움으로 하늘로 올라간 세상의 모든 물은, 가끔 열대야를 식히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로 돌아온다. 또 가끔 일주일 가까이 비가 와서 한낮 온도가 20도 전후로 떨어진다. 7월에 내가 사는 주 남서쪽 도시들이 폭우로 피해를 입었다. 비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파괴였다. 밤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쓴다. 6월 중순에 효성이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예비군으로서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며, Blog에 글을 올라오지 않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했다. 그의 결혼 생활이 어떤지 궁금했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에 느긋해졌다. 2018년 가을..
봄기운이 한창일 5월이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풀과 나무들에서 봄을 본다. 가끔 기온이 영상 15도 이상으로 오르면 평소보다 빠르게 달린다. 책상 앞에 오래 있다 보면 아무리 푹신한 의자라도 엉덩이가 딱딱해진다. 동기부여는 위기가 느껴질 때 극대화된다. 배우 윤여정이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 와 함께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들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국내외 어떤 시상식들에서 어떤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영화제 시상식에서 2년 연속 한국인이 주요 상을 받았다.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Chloé Zhao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역시 2년 연속 작품상과..
4월 말이 되었지만 바람이 차다. 가끔 봄 날씨가 찾아오면, 집 안에 모든 창문들을 열어 봄기운을 느낀다. 정원을 보니 흰꽃들이 핀 나무에는 푸른 잎들이 꽃잎보다 커졌다. 낯설지 않았는데 낯설게 보인다. 어쩌면 "익숙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지도 모른다. 빠르게 졸음이 몰려왔다. 아주 드물지만, 이별이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울 때가 있고, 만남이 기쁨 속에서도 쓸쓸해질 때가 있다. 이별은 이별이고 만남은 만남이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선거 승리와 패배 원인을 특정 계층의 변화에서 찾는다면, 그 계층을 위한 정책은 다른 특정 계층의 변화로 이어질 뿐이다. 가치가 아닌 욕망에 투표한 선거였다. 오랜 이념의 시대가 끝나길 바란다. 오랜만에 옷 몇 벌을 구입했다. 기존에 있던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