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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AST-TIGER 2023. 1. 1. 07:59

2022년 12월 마지막 날. 

이렇게 또 한 해가 빨리 가고 있다.

독일에서의 최근 5년은 시간의 빠름을 깨닫고 체감하게 한다.

내일이면 유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다. 

정말 말은 씨가 되려는 건가? 

그 씨에서 무엇이라도 나와야 했고,

그럭저럭 성장하여 이제 어떤 것이 되려고 한다. 

"지금 운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야!" 

울지도 않고 울 필요도 없다. 

나를 위한 눈물은 아주 오래전에 말랐다.  

 

필요한 근육과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한다. 

맨손운동을 하고 일정 거리를 달린다. 

배에 문신 같은 "王"을 새길 이유가 없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열정은 상상만 해도 부담된다. 

프로 운동선수들이 대략 30세 전후로 은퇴 또는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몸은 쓸수록 망가지고 그 쓸모를 다하면 더 이상 움직일 수없다.

나의 아버지는 등산을 좋아하셨고 거의 매주 산에 오르셨다. 

60대 어느날 아버지의 무릎은 더 이상 등산을 허락하지 않았고, 

가벼운 운동과 뒷산에 오를 정도만으로 제한했다.

내 몸의 쓸모를 일부러 과도하게 소모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유난 떨 이유도 없다. 

필요한 근육과 근력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건강"이라 생각한다. 

"저는 안돼요, 안된다고요."

나는 충분히 건강하다. 

 

처음 중고등부 학생회 회식을 했다. 

2-3명과는 가끔 식사를 같이 했지만 전체는 처음이다. 

토요일 오후 2시 Düsseldorf 중앙역 근처는 늘 혼잡하다. 

히잡 착용에 관련하여 이란 정부에 대한 규탄 집회가 있었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의 소수민족 적대 정책에 반하여,

대규모 Hazara 민족 구호 집회가 있었다. 

축구 경기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약속 장소에 모여 한식당으로 갔는데 마침 내부 수리 중이었다. 

근처 몇 개의 한식당들을 돌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식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이야. 

어쩔 수 없이 중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식사 전에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짧은 적막이 있은 후 내게 질문들을 던졌다. 

"계속 우리 교회에 오시는 건가요?"

유일하게 이 질문에 대해서만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한 전도사와 중고등부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 3년 넘게 같은 교회에 있었지만,

부서가 달라서 신앙과 사역에 대해 서로 깊게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후임 사역자는 언제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들을 내었다. 

첫 인수인계는 3시간 정도 걸렸다. 

두 번째 인수인계는 40분 정도 걸렸다.

새로운 캐비닛과 벽 스크린을 구매해줄 것을 교육국장님에게 부탁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독 피곤하게 느껴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어둠이 깊이 내려앉은 길을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다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너 혼자야. 전부 스스로 결정해야 돼."

分かってるよ!

 

10월 29일 밤에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국에 있을 때 가끔 걷던 길이었는데, 

이제 그 길에 죽음의 숨결이 서려 있다. 

이태원 거리는 큰 차로가 강 줄기처럼 있고,

그 차로에 연결된 좁은 길들이 지류처럼 뻗어있다.

정부와 경찰이 주말에 이태원에서 사고 날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없고, 

매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들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질 수도 없다. 

내 불만은 정부와 사고 관계자들의 태도. 

민주사회에서 공권력은 시민의 판단과 감정마저 제압하려 한다. 

평생 몇 번 또는 아예 들어보지도 않았을 말들과 갖지 않았을 감정들을,

유가족들이 받고 있다. 

신이 사람에게 허락한 패악을 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와는 좀 덜한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역시 이전 경험들은 현재를 위한 Airbag.

거의 모든 일에 놀라지 않고 차분해진다. 

 

믿음은 지켜져야 의미가 있고, 

소망은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으며, 

사랑은 하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 

"너 여기서 다 포기할 거야?"

생애 마흔 번째 해를 맞이하려니,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소홀해진다.

平敦盛은 인생 오십 년이라 했는데,

지켜야 할 믿음은 어디에 있고, 

이루어야 할 소망은 무엇이며, 

사랑은 왜 그렇게 귀찮은 것인가?

송별회가 거의 끝날 때쯤 에스더는,

당분간 철저히 혼자 있으려고 한다는 내 말에 이렇게 답했다.   

"크리스마스 때 혼자 있을지 아직 모르잖아요?"

약간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라고 해서 계속 "모름" 속에 감춰져 있지는 않다. 

어쩌면 그 속에서 진짜 감춰진 것들이 진짜 "모름"일 것이다. 

 

흥미로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고 이번 주에 "축구황제" 펠레가 죽었다.

축구는 90분 내외의 시간으로 사람들이 가진 거의 모든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언젠가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다면 함께 축구를 보며 나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펠레가 죽음으로써 메시가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줄어든 열쇠꾸러미. 

늘어난 시간에 비례하여 넓어진 하루의 빈 공간들. 

추운 날씨 탓을 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오랜만에 밖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10년 전에 살았던 땅을 밟았다. 

땅거미가 내린 Bochum의 저녁 풍경은,

어디서도 그 비슷함을 찾을 수 없다. 

"성탄절에 우리 교회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때요?" 

나는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쓰다가 만 글들이 여럿이고, 

봐야 할 영화들과 책들,

해야 할 게임들도 많다. 

여행을 안 간지는 오래되었다. 

다 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해보겠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다. 

new year,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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