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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밖에 있는 시간보다 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날들. 잘 다려진 옷을 입고 4개월 만에 찾은 교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인사. 좋은 분들과 함께 한 식사. 기분이 좋아졌다. 햇살 비추던 주일 오후 교회 앞 버스 정류장. 쓰고 있던 안경과 마스크를 벗고 오랜만에 찍은 "셀카". 여전히 사진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런 날도. 사진 속 내 얼굴을 말없이 본다. 오지 않는 버스를 30분이나 기다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는 것도 수년이 지났다. 서로 함께 보낼 수 있는 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 것이다. 변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가는 현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리 잡은 절망이다. 내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께 드리는 내 사진. 아직 서로가 ..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19년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바람결 같았지만, 그 하루들이 모여 비바람이 되었고 또 태풍처럼 삶을 휩쓸었다. 10년 전 2009년처럼, 오랜만에 느끼는 삶의 무게감과 지친 마음. 마음을 알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적다. 여전히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일찍 결혼해서 보통의 삶을 살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꿈은, 오래된 사진들을 바라보며 옛 기억들을 떠올리듯 흐릿해졌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 요즘 듣는 말, "이렇게 좋으신 분이 왜 결혼을 아직도 안 하셨어요?" 글쎄.. 내가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결혼을 했다면 아마 지금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테지.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좋은 편견과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
2019년 10월 14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날씨는 무척 좋았다. 가을 하늘은 높았고 바람은 적당한 세기로 불었다. 겨울 학기가 개강했기에 수업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을 읽다가 잠시 스마트폰을 보았을 때 액정에 떠 있던 두 개의 속보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연예인 설리 숨진 채 발견". 그 내용들을 본 후 나는 천천히 먹먹해졌고, 이후 책이 쉽게 읽히지 않을 정도로 묘한 감정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분명 나와 친분 없는 타인의 삶이고 그 결정들도 그들의 것이지만, 그것들이 어딘가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나는 누군가의 이른 죽음과 그 이유들에 곧잘 감정이입을 한다. 조국 장관과 그 일가는 두 달 넘게 검찰 수사를 받았고, 언론에서도 매일 어디서 보고 들은 대로 보도를 했다. ..
약 5년 3개월을 살았다. 뮌스터 대학원에 합격한 후 어학원 기숙사를 떠나야 했고, 대학 기숙사가 아닌 개인 집에서 살고 싶었다. "제 개인 방과 함께 누군가가 왔을 때 쉴 수 있는 방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을 구할 때 했던 기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방 계약을 했고, 신은 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내 개인 방 옆에 손님 방도 있는 집을 허락하셨다. 이사한 날은 비가 오는 아침이었고 오후에 개었다. Freude 부부는 나를 무척 아꼈고, 나 역시 그들을 존중하고 늘 감사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하기에, 또 다른 "나"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예정된 기간 동안 나와 Freude 부부는 한 집에서 살았다. 쇠약해지는 육체와..
언제 매화꽃이 피었다가 얕은 바람에도 흩날리는지. 떨어지는 꽃잎들은 땅에 닿는 순간부터 더 이상 꽃이 아니다. 꽃잎들이 나무에서 다 떨어지면 다음 해 다시 필 때까지, 이름 없이 나무는 또 한 해를 보낸다. 봄은 사람들에게 꽃들과 나무들의 이름들을 부르게 한다. 그 이름들조차 모르고 지냈던 날들 속에서, 꽃이 꽃인지도 몰랐고, 나무도 이름 없는 나무였다. 또 그런 날들이 올 것이다. 모르고 있었으면 근심도 없었겠지만, 알고 있으니 근심과 더불어 고통도 찾아온다. 기쁨과 즐거움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온다. 그 기쁨과 즐거움은 알게 된 순간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알게 되었으니 근심과 고통은 언젠가 또 찾아온다. "무엇이 있다"라고 확신하거나 믿는 순간부터, 그 크기에 상관없이 기대하고 관심을 갖..
한국을 떠나기 전 나는 초연했다. 서로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위로와 감사를 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심으로써 형식적인 송별식도 있었다. 편지를 쓸까 해서 편지지를 꺼냈지만 쓰지 못했고, 읽었던 책들에 대한 서평도 쓰지 못했다. 작년과 다르게 떠나기 전 어떤 글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나는 2012년 12월을 되새겼다. 비 오는 아침이었다. 식사를 하고 가져갈 짐들을 들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헤어지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따뜻함을 찾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풍경은 창백했다. 어딘가에 부딪혀서 들리는 빗소리들과,익숙하게 켜놓은 라디오 소리가 차가운 침묵의 공간을 채웠다.일어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차분하고 냉정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표를 받고 짐을 붙였다.아버지와 짧게 대화를 나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