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439)
新世紀 Enlightener
4월 말이 되었지만 바람이 차다. 가끔 봄 날씨가 찾아오면, 집 안에 모든 창문들을 열어 봄기운을 느낀다. 정원을 보니 흰꽃들이 핀 나무에는 푸른 잎들이 꽃잎보다 커졌다. 낯설지 않았는데 낯설게 보인다. 어쩌면 "익숙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지도 모른다. 빠르게 졸음이 몰려왔다. 아주 드물지만, 이별이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울 때가 있고, 만남이 기쁨 속에서도 쓸쓸해질 때가 있다. 이별은 이별이고 만남은 만남이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선거 승리와 패배 원인을 특정 계층의 변화에서 찾는다면, 그 계층을 위한 정책은 다른 특정 계층의 변화로 이어질 뿐이다. 가치가 아닌 욕망에 투표한 선거였다. 오랜 이념의 시대가 끝나길 바란다. 오랜만에 옷 몇 벌을 구입했다. 기존에 있던 옷..
꿈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다시 꿈이 되었다가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꿈과 현실이 지속적으로 교차됨으로써 인간의 삶이 구성된다. 꿈은 현실이 되어야 의미를 갖고, 현실은 다시 꿈을 꾸게 한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게 되니 몸이 제일 낯설었다. 늘 한 사람을 위해 움직였던 몸이었다. 두 사람을 위한 움직임은 생각한 대로가 아니었다. 자꾸 흘리고 한 번에 할 일을 두어 번 했다. 엉성하고 어색한 움직임들이 익숙함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한 공간에는 다시 한 사람만 있었다. 지난 2월 말에 일찍 봄 날씨가 찾아와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달리기를 했는데, 지난 3월 말에 일찍 여름 날씨가 찾아와서 선글라스에 반바지를 입고 근처 공원을 찾았다. 예전에 Big Band 멤버였던 Rainer 집을 갈 때마다 지..
버리는 것들이 많은 날들이다. 오랫동안 썼던 침대와 매트리스를 버렸고, 몇 년 전 동생이 쓰고 버리라고 했던 여행가방도 이제야 버렸다. 유학 올 때 가져왔던 가죽 가방도 버렸고 신발 몇 켤레를 버렸다. 옷 몇 벌을 버렸고 침구류 중 불필요한 것들을 버렸다. 깊고 얕은 의미들을 가진 여러 종이들도 선별하여 버렸다. 쌓여있는 신문들을 이번 주에 버릴 것이다. 버려짐은 비워지는 것이고, 비워짐은 채워지기 위한 조건이다. 얼마큼 채워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버려진 것들과 채워지는 것들은 등가 교환될 수 없다. 지금 버려진 것들은 지금 버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채워지는 것들은 한 번에 채워짐을 지향하지 않는다. 버려진 것들이 있었던 자리들이 깨끗해 보이는 이유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조금씩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잠시 봄이었다가 다시 늦겨울이다. 밀려오는 바람에 저항하며 달리지만, 옷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들이 성가시다. 빨리 몸을 데워야 하기에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해가 점점 길어졌기에 여유 있게 달릴 수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던 몇 주였지만, 최근 2주는 정상적인 속도로 지나간 듯하다. Duisburg에서 침대와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침대를 가지러 갈 때는 Christian과 함께였지만, 침대를 가지고 올 때는 서 장로님과 함께였다. Christian은 형제처럼 지내는 내 친구이지만, 가끔 그만의 현명함이 거슬린다. 그 거슬림이 서 장로님의 도움을 받게 했다. 매트리스를 구입할 때는 직접 배달업자를 골라 다녀왔다. 배달비를 포함해서 새것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고, 매트리스 역시 ..
일주일 만에 날씨가 변했다. 지난주에는 점점 녹아가던 눈길을 두툼한 점퍼를 입고 걸었는데, 오늘은 긴 옷을 입고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었다. 바람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 것 같다. Lock-Down 때문에 마켓과 약국, 우체국, 생필품들을 파는 상점들을 제외하고 다른 상점들은 문을 닫았지만, 봄바람은 그 닫힌 문들에 반가운 손님이 노크를 하듯 살갑다. 아직 2월 말이고 독일의 4월은 기온과 날씨가 변덕스럽다. 어쨌든 지금은 봄이다. 논문은 매일 쓰고 있지만 몇 주는 쓰는 것보다 고민이 필요했다. 고민 없이 글을 쓸 정도로 개념들과 그 의미들에 익숙하지 않기에, 몇 번 같은 문단들들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문장들을 만들었다. 문장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글의 의도들을 분명..
추운 날들이 지나갔지만, 그 날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때문에 아직도 춥다. 오랜만에 장을 보러 밖을 나가보니, 쌓인 눈들이 녹으면서 거리마다 물이 흥건했다. 별생각 없이 운동화를 신었기에, 최대한 눈이 치워진 길로 다녔다. 달리기는 다음 주부터나 가능할 것 같다. 거리마다 쌓인 눈들이 낙엽처럼 사라질 때, 봄의 새순들이 하늘로 손을 뻗을 것이다. 이번 학기 Kolloquium에서 한 논문 발제는 지난 학기보다 좋았다. 지난 학기에는 MIC 문제로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었다. 발제 후 참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언급된 질문들에 대한 보충 설명들을 했었다. Alexandra는 그것을 기억하고 발제 전에 몇 가지 조언을 했고, 노트북이 아닌 핸드폰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참여자들이 이미 내가 쓴 글들을 읽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