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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가끔 책을 보듯 영화를 본다. 한 번에 한 편의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한 영화를 며칠 동안 나누어 보기도 한다. 후자의 방식으로 영화 를 보았다. 배우이자 감독인 Greta Gerwig은 작년에 감독한 영화 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지금까지 보여준 영화들에서는 몸과 마음의 향수(鄕愁)를 자극하는 주제들로, 여린 감성이 돋보이는 연출들을 보여주었다. 영화 도 오랫동안 살아왔던 미국 서부 새크라멘토 지역을 떠나 미국 동부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를 그렸다. "난 캘리포니아가 싫어, 동부로 가고 싶어." 영화는 미국 작가 Joan Didion의 말로 시작된다. "Anybody woh talks about California hedonism has never spent a Christ..
2002년 대한민국은 월드컵으로 떠들썩했었지만 스무 살의 나는 "주변인"으로 살았었기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았었다. 수능을 본 것과 월드컵 경기들 외에 별다른 기억이 없었던 2002년에, MBC에서 수목드라마 를 방영했었다. 월드컵이 끝난 2002년 7월 초였으니 18년 전이다. 방영 당시에 본방으로 본 적은 없었고 가끔 재방으로 보다가 말다가를 했었다. 방영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명작"으로 평가되었지만, 내가 볼 때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던 드라마였다. 죽을병에 걸린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 그 남자는 이 여자들을 당기고 밀어내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이상한 순애보였다. KBS 드라마 와 비슷한 설정에 송혜교가 양동근으로 바뀐 느낌도 들었다. 드라마 내용보다 흥미로웠던 것..
미국 내에서도 이라크전과 파병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드디어 미국 영화계도 이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보는 이들로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사회문제나 의식들을 계몽시키거나 대안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01년 9. 11 테러 이후 시작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쉽게 끝나는 듯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전쟁 시작부터 지금까지 동맹국들의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니 세계 최강국임을 자부했던 미국은 스스로 국가 위신을 떨어뜨렸고, 그 피해는 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직결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라크전 참전 중인 한 병사의 가정을 통해서 전쟁이 주는 피해와 그로 인한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
지난 토요일(25일) 오후 3시 25분에 상암 CGV 5관에서 보았다. 사실 보기 전에 무엇을 볼까 망설이다가 선택한 영화라서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 요즘 할리우드 멜로나 코미디 트렌드는 두 여자, 특히 자매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데,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공감이 잘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또한 스케일이 크거나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도 아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을 거라 느낀 것은 자동차 사고 장면이다.) 나는 이 영화의 분류를 독립영화로 분류하고 싶다. "너는 내가 그렇게 싫으니?" 같은 어머니를 두었지만 아버지가 다른 자매인 명주, 명은은 성장하면서 티격태격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명주는 미혼모가 ..
심난한 일요일 밤 8시 55분에 구로 CGV 5관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같이 볼 사람이 각각 두 명 있었는데, 그중의 한 사람은 이제 한동안, 아니면 영원히 같이 보기 힘들 것 같고, 다른 한 사람은 집안일 때문에 같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월요일에 볼까 했는데, 대학원 개강인지라 시간이 안 날 듯해서 그냥 오늘 혼자서 봤다. 비주류 영화인데도 관객들은 많았지만, 예의 없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인도영화는 이후 두 번째인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빛, 빛, 빛, 빛.." "그냥 제대로 읽으세요. L. I. G. H. T라고." "그게 교사와 마법사의 차이점이지."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리게 된 미셸은, 부모님도 통제할 수 ..
가족들이 집에 없는 사이, 나는 주저 없이 이 영화를 보았다. 프리랜서로 영상작업을 하고 밴드도 하는 덕에 음향 작업을 같이 하는 내 방은 나름 음향시설이 최고지만 방음은 최악이다. 만약 가족들이 있었다면, 난 이 영화를 결코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영화의 대사가 95% 이상이 욕설과 음담(淫談)이고 대부분의 장면이 구타와 비명소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들이 영화보기 민망하거나, 영화 자체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것들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말하고 있는 어떤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어떻게 살아야 되냐? 고등학교 다니는 네가 가르쳐 줘 봐라." 어릴 적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