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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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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

EAST-TIGER 2022. 12. 6. 09:27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에 다시 올랐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4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좋았던 월드컵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은 월드컵 직전까지 불안했고, 월드컵 조별리그와 16강에서 부분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4년 넘게 벤투 감독의 전술을 습득한 선수들은 충실히 자신의 역할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는 벤투 감독이 4년 동안 어떤 축구를 원했는지 보여주었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연계와 수비 조직력으로 전반을 주도했다. 후반 25분 전후로 수비라인을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승산이 있는 경기라 생각했고 그때 필요한 선수는 이강인이었는데, 벤투 감독은 조규성, 손준호와 함께 이강인을 투입했다. 최종 결과가 무승부여서 조금 더 일찍 교체 투입을 했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벤투 감독이 자신의 팀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었다. 

 

그 희망은 가나와의 경기에서 확신이 되었다. 황의조 대신 조규성, 이재성 대신 권창훈, 나상호 대신 작은 정우영을 선발 출전시키며 신체와 속도에서 가나 수비수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벤투 감독의 생각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 선발 라인업에서는 황인범 외에 경기를 조율하며 플레이 메이킹을 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었다. 손흥민이 그 역할을 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월드컵 내내 손흥민의 몸상태와 기량은 좋지 않았고, 가장 안 좋았던 경기가 가나와의 경기였다. 그래서 전반전에서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격 기회들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가나에게 두 골을 내줘서 패색이 짙었다.

 

고립된 조규성을 살리기 위해 벤투 감독은 후반 초반부터 이강인을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이 투입은 적중했다. 크로스로 득점하려면 정교하게 크로스를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만회골을 도울 정도로 양질의 패스들을 했고, 황인범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조규성의 연속골로 2-2 동점이 되었을 때, 나 역시 마시던 컵을 떨어뜨릴 정도로 놀라고 기뻤다. 우루과이와의 경기처럼 분명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동점 이후 한국 선수들 대다수가 심적으로 흥분하여 침착하지 못했고, 세 번째 실점 이후 조규성의 머리를 노리며 롱볼 전술로 일관했다. 이 경기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조규성 같이 타깃맨을 쓰는 전술에서는 이강인 같이 모든 유형의 패스가 가능한 선수가 최소 2명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이 이전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으며 벤치에 앉을 수 없었던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강인과 권경원이 선발 출전을 했다. 전반 5분 만에 실점하고 전반 27분에 동점을 만든 것이 16강에 가기 위한 기초가 되었다. 후반 20분에 전술 변경으로 이재성 대신 황희찬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고, 36분에 황의조와 손준호가 투입되면서 한 방 싸움으로 후반 막판이 진행되었다. 후반 경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터진 황희찬의 결승골은 만화 <슬램덩크>가 생각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마치 "왼손은 거들뿐"처럼 침투한 황희찬에게 손흥민은 패스했고, 그 패스에서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가 폼이 좋지 않아도 선발 라인업에서 뺄 수 없고, 매경기 풀타임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경기 상황에 따라 손흥민을 과감히 뺄 수 있는 감독의 결단도 있어야 한다. 

 

16강에서 브라질과의 경기는 전반 15분만으로도 그 승패를 알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열세였던 한국 대표팀은 브라질 대표팀을 이길 수 없었다. 한국의 패스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고, 손흥민의 컨디션도 가나와의 경기 때 이상으로 안 좋았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누구도 브라질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반 교체 투입된 백승호의 만회골은 이 경기가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경기를 다 본 사람들은 4 실점 이상도 가능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강팀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현실과 미래를 깨닫게 한다. 벤투 감독은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교체 카드 5장을 다 썼다. 

 

4년 넘게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그 목표를 달성했다. 손흥민 선수가 월드컵 16강을 경험했다는 것이 기뻤고, 이강인, 조규성 선수가 인상적인 데뷔를 하면서 차기 대표팀을 이끌 선수들 중 한 명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개인적으로 이번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큰 정우영이다. 정우영은 역대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꼭 있었던 근성과 투지를 가진 선수였다.  

 

전술적으로 상대팀 진영에서 압박을 하면서 전진 패스를 하려는 시도와, 경기 초반부터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아서 좋았다. 크로스 특히 풀백들의 러닝 크로스 성공률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사이드 라인에서 크로스 위주로 공격 전개를 하는 것보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짧게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도 자주 시도되어야 한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넘어가는 패스 역시 정확하지 않아서 상대팀에게 쉽게 공격권을 넘겨주었는데, 전체적으로 패스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벤투 감독은 재계약을 거절하고 휴식기를 갖는다고 한다. 좋은 결정이고 한국은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 그 감독은 전술에 탁월하고, 경기 중 그 전술에 맞는 교체를 해야 한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문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하고, 후보 선수들이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매 경기 황인범, 손흥민,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 김진수 등을 풀타임으로 뛰게 한다면, 월드컵 같은 대회에서 주전들의 부상과 체력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주전과 후보 간의 차이를 줄이고 유연한 용병술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다음 감독의 과제라 생각한다. 전술은 수비보다 공격의 세밀함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비 문제는 고질적이라 바로 고쳐지기 어렵지만, 공격은 현재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지금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새 감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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