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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퇴장! 교체선수는 조중연. 관중들은 자리를 떠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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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퇴장! 교체선수는 조중연. 관중들은 자리를 떠난다.

EAST-TIGER 2020. 7. 20. 04:54

 

어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으로 조중연 전무가 당선되었다. 그전까지 무려 16년간 한국 축구와 동고동락했던 정몽준 회장이 드디어 물러난 것이다. 정부 처, 부의 수장이나 그룹 CEO도 1~3년이면 바뀌는 시대에 유독 축협의 수장 자리는 부동이었다. 놀라운 것은 정몽준의 직함은 축협 회장만이 아니었다. 그는 현대중공업 회장, 국회의원, 교수, 대선 후보자 등등 널린 게 직함이었다. 나는 이런 많은 직함을 가진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나 하기도 힘든 일을, 그것도 정치와 교육, 스포츠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그의 멀티 능력이 부러웠다. 그러나 그도 인간인지라 완벽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정몽준의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권력에 권력을 더하려는 정치인을 어찌 국민이 좋아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아들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축협 회장의 직함은 단순히 그가 세상에 드러나는 직함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뛰어나게 드러난 것은 없다. 축협을 잘 이끌어서 한국 축구가 엄청난 발전을 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를 잘한 것도 아니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대박을 내어 다른 형들과 같이 장사 수완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리더십이나 행정능력은 어느 곳에 가든 공동체의 분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분란은 여과 없이 매스컴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니 국민들이 그를 달갑게 보진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가 축협 회장으로 있으면서 축협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축협 외에 다른 일에 더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불만이 많았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대하는 한 사람으로서 2002년 이후 한국 축구는 위기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그때마다 축협 회장 정몽준의 실제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실무자들은 따로 움직였고 회장은 그저 보고나 받고(보고 받을 수나 있었을까?) 얼굴마담으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축구의 전성기는 그의 16년 임기 중에 단 1년(2002년)뿐이었다. 나머지 15년은 국대 경기가 있거나 매스컴에서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축협 회장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명성과 뒷배경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했고 국회의원을 했고 어떻게든 세상에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특유의 유연함으로 그 위기를 넘기거나 무마되었다. 그래도 매스컴에 비치는 그는 그저 권력을 얻고자 하는 욕심 많고 야심 찬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에게 남은 권력은 대통령 자리일 뿐이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도전할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그것을 위해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축구의 최악의 시기와 전성기를 구가했던 정몽준 회장이 이번에 물러남에 따라 한국 축구의 새바람이 불거라 기대되지만 나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밥의 그 나물'처럼 조중연 전무 또한 정몽준과 비슷한 케이스의 인물이다. 물론 그는 정몽준과 다르게 스포츠계에서만 활발히 활동했지만 권력과 욕심으로 가득 찬 그에게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 분명 한국 축구의 위기는 현재의 경제위기처럼 계속될 것 같다. 그것은 선수의 기량이 낮고 높음이 아니라, 선수가 선수답게 뛸 수 있는 배경과 제도를 만들어주는 축협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개혁, 진보보다는 보수나 부패로 흘러갈 것 같기 때문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축협이 재정이나 규정에 있어서 유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축구장을 떠난 많은 축구팬들을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했으면 한다. 이건 프로구단이나 선수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축협은 그동안 너무 일을 안 했고 안일했다.


아쉽다. 2002년 이후 한국 축구의 전성기가 적어도 5년 이상은 갈 줄 알았는데...

이번 축협 회장 인사는 축구팬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2009.01.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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