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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금학도] 이외수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상이란?

EAST-TIGER 2020. 7. 20. 04:13

 

이외수의 에세이집인 <바보 바보>를 군대에서 읽은 이후에 두 번째로 접한 이외수 문학이다.
그것도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장편소설이니 이외수 문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세간(世間)의 사람들은 이외수를 '광인(狂人)'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문학가이다.
1992년도에 발표된 이 책은 이외수 문학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소설이자,
4년 동안 철장과도 같은 방에서 써 내려간 인고(忍苦)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내가 오래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어 부끄럽다.

 


"하늘이 네 마음을 보고 있느니라." <65p>

 

스토리는 근래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퓨전 판타지물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장(老莊) 사상이 짙게 배어 있고,
천지인 합일(天地人合一)과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사상과 연기설(緣起說)의 불교적 사상도 포함되어 있다.
기존에 이러한 사상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느낌이 충분히 들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이외수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즉
행복이란 바로 마음이 아름다워진 상태가 아니면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은 자신이 우주와 합일된 아름다움을 획득하고 그것을 관조함에 있는 것이니라.
하나 때로 어리석은 인간들은 현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소망과 욕망을 혼돈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니라.
욕망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소망이 되고 소망에 아름다움을 빼면
욕망이 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니라." <183p>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행복론을 가지고 살아간다.
예전에는 그러한 행복론도 다양했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부귀영화(富貴榮華)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지향점이 되었고,
외모와 능력 중심적인 사회풍토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그저 머나먼 나라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행복이 다가와도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른 체 살아 만족감이 없다.
이외수는 이것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여러 명의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을 읽는 동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치 내 주변의 사람들과 비슷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디를 가나 네가 우주의 중심부이니라."<293p>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져 지루한 감이 있지만, 결말을 위한 교량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 주인공인 강은백은 그토록 바라던 오학동으로 가게 되고, 고산묵월과 노파도 동행한다.
약간 맥이 빠지는 결말이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결말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 이미 결말이 산재(散在)되어 있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연금술사>가 떠올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파울로 코엘료보다 이외수의 이 책이 의미면에서는 더 분명하다.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아에 대한 성찰, 그리고 만물과 공존하는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복.
이외수는 이 책에서 그가 원하는 사회상을 나타냄으로써 독자들을 간곡히 설득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동조했고,
이 책을 덮는 순간 주인공 강은백이 곧 이외수 자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에 접어들면서 장르 구분 없이 책 10권만 읽자고 했었는데,
방학의 종반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얼마나 나의 게으름을 한탄했는지 모른다.

 

2010.02.0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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