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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새겨진 한국 신화의 비밀] 사람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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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새겨진 한국 신화의 비밀] 사람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

EAST-TIGER 2020. 6. 11. 09:11

 

 

신대원 1학기 과목 중에 <구약 배경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도움을 얻고자 이 책을 읽었다.


조금 두꺼운 책이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다. 그것은 책 내용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와 한국의 신화를 쉬운 단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미있는 전제를 두고 이 책을 전개하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이 산 넘고 물 건너서 우리나라에도 영향력을 주었을 것이다."이다. 물론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은 무모한 전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제에 대한 저자의 주장들을 보면 조금 놀랍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 대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와 한국의 신화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각 인물이 지니고 있는 성격의 유형이 무엇인가를 찾고 그 공통된 분모를 엮어보면, 한민족에 애호하던 인물상을 찾을 수 있다. 고대 한국 신화에 나오는 인물과도 비교해보면 문화의 연속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며, 고대 근동의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과도 비교해보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318p>

 

책을 읽어보면 고대 신화들의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신화가 만들어지는 근거의 첫째로는 고대인들이 처한 자연환경과 상황이다. 그들은 강과 바다, 비옥한 땅에 거주했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힘 앞에, 자신들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고대인들로 하여금 '종교'라는 관념과 의식(제의)을 만들어냈고 그것과 상응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종교'를 통해 자신들의 생명과 위협을 주는 '어떤 존재'를 찬양했고, 확실히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던 '어떤 존재'는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들이 원하는 풍요와 안전을 보장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신화는 평범한 것과는 다른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에 있다. 주로 건국신화나 탄생신화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왕과 지역이 다른 부족이나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솔직히 알에서 사람이 나왔다거나, 사람이 거북이와 자라를 타거나 밟고 큰 강을 건넜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어린아이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상징하는 것은 자신들의 왕이나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른 사람과 지역과는 달리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우두머리가 우리의 왕이고, 그 특별한 기운이 있는 지역이 우리 땅이기에, 다른 부족이나 나라,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가지게 한다.


셋째는 신화는 문화와 역사를 나타낸다. 저자가 든 예를 보면, 가야국의 왕인 김수로왕의 결혼 신화에서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야국에 와서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남해안 항구로 외국 상인들이 자주 교역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처용가' 역시 용왕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지역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과 표현된 도구들은 신화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문화와 생활양식들을 나타내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신화가 고고학이나 역사적으로 이해가 부족했던 자료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충분한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중요한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근거를 들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와 한국 신화의 유사성을 찾는다. 그리고 비슷한 특징들을 찾아내어 고대 문명이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었다는 것을 주장한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책을 다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태초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생겨나고 태어났을 때 그들이 처한 자연환경들은 참 신기하고 놀라웠을 것이며, 동시에 위협적이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그러한 자연의 힘에 무력하다고 느끼고 종교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몇몇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종교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는 주장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신화는 어느 지역에 유별난 이야기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든 우리나라든 열도나 대륙이든 인간이라면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이나 사고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피부색이나 얼굴 형태가 달라도 인간이 가지는 생각과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결론과 달리 '어느 지역에 있든 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었다. 그것이 내가 인류의 기원에 있어서 '사람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전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2009.06.0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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