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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1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잠자코 있었다. 쥐는 잔을 응시하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고, J는 여전히 스탠드의 판자를 손끝으로 문질러대고 있었다. 주크박스에서는 마지막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펄셋 보이스의 달콤한 솔 발라드였다. "이봐, J. 나는 25년 동안 살아오면서 무엇 하나 몸에 익히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쥐는 잔을 응시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J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손끝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45년 동안 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이런 거지. 인간은 어떤 것에든지 노력만 하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야. 아무리 흔해 빠지고 평범한 것이더라도 반드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모든 이발사에게는 철학이 있다는 걸 어디선가 ..
내가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 중 세 번째다. , 를 읽으면서 그녀에 대한 문학적 시선을 느꼈지만 그녀의 초기작에 가까운 이 책을 읽으니 조금 흥미롭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녀의 문학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마치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녀의 문학적 분위기는 친근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녀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미처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선이 남다르다. 물론 그녀의 유별남이 크지만 일본문학은 굵직하고 복선이 강한 영미문학과 달리 삶의 작은 것들에 대한 의미 찾기가 주를 이룬다. 어떻게 보면 일본문학의 분위기는 밍밍하고 그로 인해 감정적이고 우울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절친한 두 여자의 삶을 통해 사랑과 삶의 의미..
부대 도서관에 있던 책이다. 휴일 날 부대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든 맥도널드의 는 군대 내에서 여러 가지 일로 고심하던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긴 파견을 마치고 자대에 돌아왔고 이제는 전역을 앞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는가도 중요했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내게 이 책은 내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다. 여담이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의 주인은 동갑내기 1년 선임(아버지 군번)의 책이었다. 이등병 시절. 주일이면 같이 교회를 나갔고 그 선임병은 성가대로 봉사도 했었다. 2005년 12월. 선임병이 전역할 때 나는 이미 장기간 파견을 나가 있어서 보지를 못해 아쉽다. 벌써 전역한 지 1년이 넘어가는데.. 그 선임병과의 추억이 책을 보는 도중..
대학교 1학년 때 방송국 선배로부터 생일선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Patrick Süskind)가 지은 를 받았었다. 독일문학의 색다름을 느꼈다는 선배의 말에 집에 돌아와 거의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기발한 발상과 향수라는 의미 본질 이상의 역할이 나를 굉장히 흥분하게 했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훌륭한 근거가 되었다. 그래서 우연히 부대 도서관에서 발견한 는 그의 문학세계와 역량을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드보르작의 5중주 곡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야나체크의 것도 괜찮지요. 아니면 베토벤의 8중주 곡도 썩 좋습니다. 더 나아가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곡「숭어」라는 것도 좋지요 슈베르트의 곡은 콘트라베이스 주자라면 누구나 연주하기를 꿈꾸는..
중학교 때였던가.. 내 영어교과서의 저자로 장영희 교수님을 만났는데 에세이집에서 다시 만나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칼럼과 TV만평으로 매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영희 교수님은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젖은 눈망울로 인간만이 가진 사랑과 용기에 마지막 희망을 둔 이 시대의 시민 교수님이다. 이 책은 단지 교수님이 추천하는 문학들의 소개나 느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문학을 통해 교수님의 삶과 사회를 향한 외침을 엿볼 수 있다. (지금부터 장영희 교수님이 아니라 장영희 선생님으로 정정해서 쓰려고 한다. 그게 더 친근하고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윌리 로우 맨처럼 큰돈을 버는 일도 신문에 이름이 나는 일도 없다. 가끔씩 ‘인생역전’의 허무맹랑한 꿈도 꾸어 보지만, 매일매일 가족을 ..
최초의 인간이 본 세상 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나고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미륵 불교에서는 벌레에서 나왔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하여 창조론을 믿으며, 진화론자는 동물로부터의 진화를 이론으로 제시한다.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최초의 인간이 이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바라보는 눈에 세상처럼, 신기하고 경이로웠을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에 심적 불안감과 공포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종교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강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강의 범람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 두려움은 강에는 정령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