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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故 최동원 선수를 추모하며..

EAST-TIGER 2012. 3. 30. 12:12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올해 초부터 매주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게다가 무척 게을러져서 꼭 해야 하는 일들 외에는 개인 시간을 갖는다.

조만간 나만의 "Movie Days" 를 계획하여 몰아서 최신 상영 영화들을 볼 생각이다.


나는 이 영화를 늦은 새벽에 일을 마친 후 잠들기 전에 보았다.

이미 봐야 할 많은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야구, 선동열, 그리고 故 최동원.

딱 이 세 가지 단어들 때문이었다.



"그니까 선동열에게 최동원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후 걸출한 투수와 타자들이 각자의 팀을 이끌며 활약했다.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롯데 자이언츠의 창단 첫 우승을 안겨 준 최동원.

"리틀 최동원"을 다짐하며 실력을 쌓아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시대를 연 선동열.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둘은 서로의 실력을 존중했지만,

서로가 맞붙었던 경기들에서는 결코 지지 않으려는 근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관록의 최동원과 패기의 선동열은 선발 맞대결을 하게 된다.



"동원이 형 나오는 날 같이 던지게 해주십시오, 확 이겨불라니깐!"


조승우의 연기가 좋았던 영화였다.

그는 실제 故 최동원 선수와 비슷한 투구폼을 보여줬고,

다소 과장된 내용 전개에서 홀로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했다.

양동근과 최정원은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고,

마동석, 손병호, 현쥬니, 조진웅 등 명품 조연들이 출연했지만,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이도경, 이선진 등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박희곤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는데,

스토리의 탄탄함 보다는 너무 극적인 효과와 과장된 연출을 우선하는 것 같아 아쉽다.



"一球一生, 一球一死"


내 기억에 해외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과장된 연출과 극적인 효과를 위한 인위적인 장치들이,

영화의 스토리 보다 더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불필요한 장면들이 꽤나 많았다.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여러 개 배치했는데, 

별 다른 감흥은 없었고 런닝타임만 늘리는 꼴이었다.

결말에서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 아주 어색했다.

아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최동원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담고 싶었던 것 같았고,

그 때문에 선동열은 어설픈 악역을 맡아야만 했다.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단지 야구가 좋고 호기심으로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냥 출연 배우들, 특히 조승우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볼 만은 하다.



"최동원의 게임에는 최동원이 나간다고!"


나는 어릴 때부터 프로야구를 좋아했고, 

특히 해태 타이거즈의 골수팬이였으며 지금도 팬으로서 KIA를 응원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야구에 대한 내 어릴 적 기억에는 선동열 선수에 대한 기억들이 많다.

그는 최고의 투수였고 어떤 타자도 쉽게 그의 공을 안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해태는 '선동열' 원맨팀이 아니었다.

김성한, 장채근, 이강철, 김정수, 김봉연, 이건열, 이호성, 한대화 등등..

승리를 향한 팀의 의지와 선수들 개개인의 투지가 매 경기에서 돋보였다.

당연히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해태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故 최동원 선수의 경기를 본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고,

영화의 배경인 1987년에는 유치원도 안 들어간 아기였다.

내가 처음 TV에서 그를 보았을 때는,

야구 선수를 은퇴하고 통통한 체격에 유치한 농담을 하는 방송인이었다.

그 모습은 그가 야구 선수를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9월 14일에 아쉽게 사망한 그를 향한 야구팬들의 추모 열기 때문이었다.

나는 최동원에 관한 영상들과 자료들을 찾아 보았고,

그가 엄청난 투수였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한국시리즈에서의 4승.

고교야구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연투 능력.

절대 지지 않으려는 일종의 신념, 투지 등등..

그는 내가 이전에 몰랐던 야구계 최고의 스타였고,

이 영화를 보면서 그의 현역 시절을 상상했다.

너무나 아쉽다.

그의 경기를 내 눈으로 한번도 볼 수 없었다니.. 


4월 7일이면 2012년 한국프로야구가 개막한다.

아쉽게도 '승부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비시즌 동안 각 구단의 선수들은 새로운 시즌과 팬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 중 6일은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한다.


이전의 레전드는 새로운 레전드를 만든다.

많은 야구팬들은 예비 레전드들의 플레이들을 보며 환호할 것이고,

엄청난 명승부를 지켜보며 먼 훗날의 증인들이 될 것이다.


故 최동원 선수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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