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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예스의 맨유로 넘어가는 '과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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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예스의 맨유로 넘어가는 '과도기'

EAST-TIGER 2014. 1. 24. 19:51


  독일에 와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들을 거의 동시간대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프로 축구 시즌이 되면 주말에 간식과 함께 축구를 보는 것이 긴장된 유학생활에 있어서 잠시나마 휴식시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서 2013년 5월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를 생방송으로 보았고, 후임으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선택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가 에버튼에서 보여준 열정과 능력은 메이저 팀을 맡았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퍼거슨의 은퇴는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맨유에게 있어서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후폭풍이 있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이 되었고 낯설음에서 익숙함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중이다. 하지만 덕분에 이번 시즌 EPL은 다른 어떤 유럽 축구리그들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어제(22일) 경기였다. 독일 시간으로 밤 8시 45분에 시작된 캐피탈 원 컵(구 칼링컵) 준결승전에서 맨유는 선덜랜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사실 연장 후반에 기성용의 어시스트로 이루어진 득점이 결승점이 될 수 있었지만, 맨유 역시 바로 극적인 골로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 외적으로 두 팀 다 행운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고 승부차기 또한 그랬다. 퍼거슨 감독이 있었던 맨유를 생각하면 캐피탈 원 컵은 그다지 중요도가 높은 대회가 아니었다. 이는 맨유 뿐만 아니라 리버풀, 첼시, 아스날 역시 이 토너먼트의 경기에서 주전급 선수들보다는 주로 벤치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을 기용했기 때문에, 가끔 중·하위권 팀들에 일격을 당하기도 했고 그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모예스 감독의 맨유에게는 어쩌면 이번 시즌에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어 볼 수 있는 대회였을 것이고 어제 경기로 인하여 탈락함으로써 이제 ‘무관’의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거의 현실이 되었다. 이제 올드 트래퍼드는 더 이상 원정팀의 ‘무덤’이 아니다. 맨유팬들은 이러한 현실마저도 퍼거슨의 은퇴식 때 예상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맨유가 겪는 고난의 원인이 퍼거슨 감독의 불찰로 보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예스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단 장악능력의 결핍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둘 다 일리 있는 견해이지만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맨유는 이전에 첼시나 리버풀, 아스날이 겪었던 ‘고난의 시즌’들을 이제 경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첼시는 무리뉴 감독이 처음 퇴임한 이후 무수히 감독들을 교체하고 유명 선수들을 수집해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리그, 컵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결국 다시 무리뉴 감독이 부임했다. 리버풀도 여러번 감독 교체를 단행했지만 챔스 진출권도 얻지 못했고, 아스널과 함께 이미 오랫동안 ‘우승’에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그 사이에 맨시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강팀 중 하나로 성장했고 토트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되었다. 열거된 팀들 중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맨유를 제외하고 위에 열거된 팀들은 주축 선수들이 은퇴와 이적을 하면서 고난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거의 회복하거나 극복하여 승승장구하며 우승권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맨유팬들은 지금 이 낯설고 충격적인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예스 감독에게 시간을 더 주어야한다. 지금 맨유는 퍼거슨의 맨유에서 모예스의 맨유로 넘어가는 '과도기'일 뿐이다.


  항간에 떠도는 감독 경질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하위권 팀들에게 있어서는 감독교체가 ‘극약처방’이 될 수도 있지만, 맨유와 같은 빅클럽들에게 감독 경질은 오히려 선수단과 코치진의 동요를 이끌 수 있다. 현재 맨유 선수들은 경기에서 집중력과 섬세함이 떨어져 있으니 경쟁과 훈련으로 프로의식을 다시 끌어올려야하고, 이적 시장에서 스타급 선수들의 영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미드필드진에 패스와 시야가 좋은 찬스메이커가 있어야 하는데, 첼시에서 후안 마타를 영입하고 수비능력이 있는 미드필더를 한 명 더 영입해야 한다. 또한 비디치, 퍼디난드, 에브라 등 노쇠한 수비진의 세대교체도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웨인 루니와의 재계약은 맨유팬들이 그나마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방점이 될 것이다. 현재 맨유에서 유일하게 크고 작은 이적 루머가 끊임없이 나오는 선수는 루니가 유일하다. 그만큼 맨유 스쿼드는 다른 유럽의 빅클럽들이 보기에 허약하고 매력이 없다. 


  퍼거슨은 “이번 시즌 모예스 감독이 우승컵 한 개만 들어도 성공한 시즌”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맨유가 트로피를 노릴 수 있는 곳은 챔스 뿐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이 무척 곤혹스럽고 처참한 시즌이 될 수도 있고 리버풀처럼 다시 우승경쟁을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과 투자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개편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인내와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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