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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One Sweet Day

秋夕

EAST-TIGER 2010. 9. 22. 10:59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귓가에 빗소리가 들렸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너머로 

희미한 빛이 방 안의 어둠과 만나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어디로 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혼자가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비에 젖은 세상을 보았다.


뜨거웠던 여름 어느 날.

나는 같은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희준이와 하늘공원에 갔다.

의자에 앉아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마음처럼 무거운 신발을 끌며 인적 없는 길을 걸었다.

해가 가양대교 너머로 떨어지자, 우리는 하늘공원에서 멀어졌다.

계절이 바뀌고 크고 작은 비가 내리는 날들 동안,

나는 스스로 반성(反省)의 시간을 보냈다.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나도 모르게 순수한 웃음이 나와 부끄러웠다.

원치 않게 오해를 하거나 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고 말했던 나도 거짓말쟁이다.

멀어지거나 이별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냉정하게 마음을 다 잡았어도 어쩔 수 없이 무너진다.

이름, 전화번호, 사진, 편지, 향기, 내가 했던 말, 그가 했던 말..

이젠 다 지나간 일들인데.. 하지만 없었던 일이 아니다.

기억이 존재하는 한, 나는 늘 행복하고 괴롭다.


산(山)을 보려면 산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듯이,

폭풍우와 뜨거운 햇살, 속을 갉아먹으려는 벌레의 위협을 견딘 가을의 열매처럼, 

나는 나로부터 멀어졌고 모진 시간들을 지나왔다.

무겁고 게을렀던 몸을 가볍게 했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멀리 떠나 보냈다.

어디선가 날라오는 이름모를 돌멩이와 가래침을 꾹 참고 맞았다.

문을 닫고 방 안에서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만나지 않으니 부르는 사람도 없다.

그저 메마른 안부가 그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깊어졌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는 늪지대가 내 안에 항상 있다.

피를 토하며 신(神)께 기도해도 어쩔 수 없었다.

신은 그것을 거두어 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고약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신은 내게 겸손과 인내를 원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秋夕.


오늘 저녁바람이 너무 좋다.

누군가를 만나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다들 바쁘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만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친한 벗들은 매일 생계현장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나는 기약없이 대학가를 헤매면서 남들의 수고를 도둑질한다.

망설이다가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아 새벽까지 글을 쓴다.

결국 다 쓰지 못하고 집어 치운다.


창 밖을 보면서 매연같은 한숨을 내뿜고,

혼자 작게 중얼거린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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